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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국시, KCD 진단명·영상 활용한 문제로 한의사 역량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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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

“한의사 국시, KCD 진단명·영상 활용한 문제로 한의사 역량 평가”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임상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험 출제 비중이 높아진 제75회 한의사 국가시험과 관련해 고성규 국가고시위원장으로부터 국시의 개선 방향 등을 들어봤다.



고성규.png


고 성 규 국가고시위원장



Q. 제75회 한의사 국가시험이 이전의 국시와 가장 차별되는 점은?

첫째, 한의사 국가고시가 지향해야할 새로운 트렌드로 임상현장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 문제들이 많이 출제됐다. 예비 한의사들이 앞으로 직면해야 할 상황을 가정해 문제를 출제했고, 이로써 앞으로 그러한 방향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줬다고 생각한다.

둘째, 영상과 사진을 직접 활용한 문제와 생화학, 혈액, 면역학적 검사 등을 제시하고 답 가지를 찾아가는 문제가 작년의 3배 넘게 출제됐다. 

셋째,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진단명을 답가지로 묻는 문제가 성공적으로 출제됐다. 이는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직접적인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임상현장에서 실제 한의사들이 KCD 진단명을 활용하는 현실을 반영했다. KCD 진단명 문제는 앞으로 한의사의 일차의료인으로서의 역량 향상과 현대 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이 지향하는 바와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넷째, 한의학의 핵심개념인 증치와 질환을 찾아가는 혼합형 문항의 비율이 향상됐다. 한의증치와 KCD 진단, 혹은 관리 등의 문항이 대표적이다. 또 질적으로도 이전 문제에 비해 개선돼 좀 더 현장중심적인 문제들이 출제됐다. 


Q. 영상이나 KCD 활용 문항 증가 등 문항 비율의 변화가 있었다.

2019년 74회 한의사국가고시가 증치 65%, 영상 및 KCD 활용 20%, 혼합형 15%였다면, 2020년 75회 한의사국가고시에서는 증치 50%, 영상 및 자료 제시형 35%, 혼합형 15%로 문항비율이 개선됐다. 이런 변화는 일차의료인이면서 임상현장에서 실제 환자를 봐야 할 한의사의 역량을 좀 더 현실성 있게 평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의사는 의사인 의료인이지 한약사나 침구사가 아니다. 환자의 진단·치료·관리 및 예방 등의 전 과정을 임상에서 하고 있는데, 치료방법으로서의 치법의 비중이 다소 높게 출제됐던 점을 바로 잡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Q. 이번 한의사 국시에 대한 평가는?

증치를 묻는 문제보다 KCD를 활용한 사례 문제들이 질적인 향상과 더불어 문제의 난이도와 분별도가 굉장히 좋게 나왔다. 또한 작년에 비해 난도는 높아졌지만, 합격률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 한의사들에게 새로운 유형의 문제로 향후 국시의 변화를 알리면서, 기본 역량을 갖춘 한의사의 배출은 적정선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다. 

앞으로의 국가고시는 증치 40%이내(30%대), KCD(영상포함) 40%이상, 혼합형 20%이내 등으로 문항유형의 비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혼자 할 일은 아니고 한의계의 공감대와 지지가 필요하다. 나아가 좋은 증치 문제의 출제로 한의학의 핵심과 내용을 잘 이해하고, 일차의료 현장에서도 의료인으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문항들을 개발하는 것이 개인적인 희망이다. 


Q. 시험 출제를 마친 후 고시위원회의 분위기는?

이번 시험은 실질적인 임상 적용 문제가 많았는데, 학생들도 많이 어려워하고 낯설어 했지만 출제교수님들도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출제했다. 하지만 한의사가 일차의료인으로서 우수한 자질을 평가할 수 있도록 모두 한 마음으로 임해주셔서 굉장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출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Q. 국시 문제 출제 과정은?

30여 명의 교수님들이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을 맡아 6일 동안 외부와 완전히 통제된 상태로 합숙을 하면서 국가고시 문제를 출제한다. 6일 중 첫 번째 날부터 네 번째 날까지는 보통 새벽까지 출제를 하게 된다. 과목별 12배수의 문제은행에서 5~7배수의 문제를 주면, 출제위원들이 1배수를 선정하고 문항을 다듬고 개발한다. 그 과정에 전체 위원이 서너 번의 검토 작업을 과목별, 교시별로 진행한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무작위로 뽑은 5~7배수의 문제들은 질이 높지 않은 편이다. 좋은 문제나 새로 개발된 문제는 매해 국가고시 문제로 출제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다듬어서 난이도와 변별력을 갖추면서도 임상 적용을 위한 실제적인 문제로 만들다보니, 체력적인 소모와 심리적인 부담감이 매우 큰 편이다. 또한 6일 중 다섯 번째 날에 인쇄된 문제를 재검토한 뒤 답지를 작성하고, 마지막 날에 들어올 수 있는 질문에 대비해 긴장 속에서 대기한다. 국시가 끝나면 이의제기가 있을 수 있다는 불안함까지 고려하면, 국가고시를 출제하는 6일이 결코 편하지 않은 나날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Q. 국시의 변화가 2023년 도입될 CBT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사진·영상 등으로 이뤄진 문제는 2023년 제78회 국시부터 적용되는 컴퓨터기반시험(CBT)에서 수험생들이 문항을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수험생은 2021년 국시부터 각 교시별로 사진 자료를 별도로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사진 자료를 통해 기존 흑백자료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영상자료, 그림, 의료기기, 환자자료 등이 제시될 예정이다. 한의계가 수년 전부터 요청해왔던 사항인데 지난해 국시원과 협의해 결정됐다. 

결국 이런 모든 변화가 한의사 국가시험을 임상 역량을 평가하는 양질의 시험으로 거듭나게 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Q. 국시의 변화를 추구하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 대외적인 변화에 국가시험이 부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고시는 특성상 후행적인 측면이 있다. 변화를 이끌기보다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바탕으로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이다. 대학 교육이 먼저 일차의료인으로서 한의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고, 이후 필기와 임상술기 등으로 양질의 시험을 보고, 이 내용을 교과서가 충분히 반영하는 등의 선순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일부 한의과대학의 교육은 잘 이뤄지고 있지만, 이 선순환을 아직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의과나 치과도 마찬가지로 끝없는 교육현장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한의과대학 교육현장에서 굉장히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의과대학학장협의회, 한의학교육평가원에서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한편으로는 기대가 크다.


Q. 국시 출제에 있어 남은 과제는?

문제은행은 보통 12배수 정도의 문항을 보유하고 있다. 매년 1배수가 출제되니까, 신규문제를 매년 1배수 정도만 새롭게 개발한다. 지속적인 노력을 한다면 전체 문항이 좋은 문제로 바뀌는데 최소 12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이렇게 오랜 시간 좋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문제은행에 넣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문제를 개발하는 각 과목의 개발위원들이 엄청난 노력과 애정을 가지고 문항을 준비하고 입고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각 과목별로 국시 출제 경험이 있고 애정을 가진 분들이 문항개발위원, 문항정리위원, 문항출제위원, 문항검토위원, 한의사시험위원회 위원 등으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주시고 전문가가 되어주셔야 하는데, 이러한 인적자원이 우리 한의대는 많이 부족하다. 이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민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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