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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그리고 음악, 삶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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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그리고 음악, 삶의 일부

심호종 원장,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서울대 작곡과 졸업
“한의학과 음악,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인간중심적 학문!”

대한한의사협회가 지난 2일 신년교례회를 개최하여 한의계의 밝은 미래를 위해 덕담하는 자리를 가졌다.

특히 이날 덕담과 더불어 화제가 된 것은 행사장을 수놓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었다. 심호종 원장이 선보인 피아노 연주는 각기 다른 목적으로 참석한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한의학적 치료뿐만 아니라 음악을 통해 환자들을 치유하는 심호종 원장을 만나 한의사 그리고 피아노 연주자로서 살아가는 그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심호종1.jpg
심호종 원장

 


Q.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후, 서울대 작곡과(이론전공)도 졸업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본과 4학년 때, 우연히 ‘한의사의 다방’이라는 책을 접했다. 경희대 한방병원에서 열렸던 세미나에 참가했었는데 책의 저자인 이상재 박사님께서 자신이 추구하는 티테라피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갔다. 그 세미나를 통해 나는 한의학에서 다루는 양생의 범주가 실로 광범위하고 매력적임을 느끼게 됐다.

미병(未病) 관리가 전통적 건강문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만큼 한방차와 마찬가지로 음악 또한 양생의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내 인생에서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향한 이정표가 됨으로써 단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바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웃음 짓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내가 젊었기에 가능한 도전이었던 것 같다.


Q, 서울대 작곡과는 명문예술고 학생들이 진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 전공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피아노 연주를 좋아했고 즐기긴 했지만 당시에는 그저 선생님께 칭찬을 받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로 열심히 연습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오히려 음악과의 인연은 대학에 진학한 뒤 더 깊어졌던 것 같다.


Q. 서울대 공대에도 입학했던 이력이 있다.

한의대에 입학하기 전,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음악 관련 동아리 활동을 했고, 음악에 더욱 빠져들 수 있는 환경들과 마주하게 됐다.

학생회관 1층에는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을 선곡하거나 혹은 신청곡을 받아 교내 구성원들에게 들려주는 음악감상실이 있었다. 그곳에는 수천 장의 클래식 음반들과 고가의 음향 기기들이 구비돼 있어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나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다. 하고자 했던 피아노 동아리가 학내에 없어 생전 처음 만져보는 비올라를 접하게 됐다.

동아리 선배들과 한솥밥을 먹고 합숙도 하면서 음악에 대한 애착이 점점 커졌던 것 같다.

선배들과 함께했던 정기연주회는 마치 불꽃놀이와도 같았다. 연주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연주하는 순간만큼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화려했다. 비전공자임에도 한 번의 정기연주를 위해 몇 달간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선배님들의 모습에 존경심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진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다. 내게 개인레슨을 해줬던 선배(기악과 비올라 전공)는 미국 줄리어드 음대로 유학을 떠났고, 나 역시 다시 수험공부를 해서 경희대 한의과대학에 진학했다. 한의대를 졸업한 후에는 서울대에서의 음악적 경험에 어떻게 마침표를 찍을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묻게 됐고, 남아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되새기며 어느덧 여기까지 왔다. 


Q. 병원 근무와 함께 작곡과 수업도 병행했다.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는가?

낮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저녁에는 요양병원에서 야간당직 근무를 수년간 반복했다. 특히 힘들었던 건 경기도에서 장시간 출·퇴근 하면서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준비해야 했던 것이다. 그 기간만 되면 잠을 거의 못 자곤 했다. 

늦은 나이에 새로이 공부를 시작한 만큼 경제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못했다면 아마도 정상적으로 대학생활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Q. 환자들을 위한 공연을 한다고 들었다.

강남구 암요양병원에서 주말당직자로 장기간 정착했던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환자들의 아픈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었는데, 내가 맡았던 음악치료 역시 그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병원행사가 있거나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 연주를 맡곤 했다. 기억에 남는 추억도 있다. 크리스마스 무렵 반주에 맞춰 함께 캐롤송을 부르며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무르익어가는 파티 분위기를 뒤로 하고 당직실에 내려와 보니 책상 위에 환자가 놓고 간 케이크와 손편지가 올려져 있었다. 그 때 먹었던 케이크의 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장시간 혼자만의 공간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당직근무의 특성상 찾아올 수 있는 외로움을 비롯한 다양한 감정들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을 통해 환자들과 소통함으로써 환자들의 마음을 보다 잘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Q. 음악과 한의학이란?

두 학문 모두 내 삶의 일부다. 내가 느끼는 감정의 모든 부분을 공유하는 친구와도 같은 존재다.

학문적으로 살펴보면 두 학문의 대상이 모두 인간을 중심으로 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는 하나의 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바르톡이 피보나치 수열에 해당하는 음정관계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에서 조성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가 민요적 선율을 차용했기 때문이라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달하우스와 에게브레히트는 분석적, 미학적 측면 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사적인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음악도 사람이 중심인 셈이다.


Q. 향후 목표는?

현재는 개원해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으며, 지금 하는 일에서 큰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물론 음악에 대한 마음은 여전하다. 두 학문이 어우러질 수 있는 책 한 권을 써보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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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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